
염화칼슘 제설제 사용량이 5년 만에 7배 급증하면서 가로수 고사, 토양 오염, 도로 부식 등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빙판길 안전과 도시 환경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제설 행정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겨울마다 반복되는 제설제 살포가 도시 환경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빙판길 안전을 위해 뿌려진 제설제가 가로수를 말려 죽이고 토양을 오염시킨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정작 제설제 사용량은 해마다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행정과 도시 생태계를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 사이에서, 우리의 제설 방식은 지금 어디쯤 서 있을까요.
5년 만에 7배 — 숫자로 드러난 제설제 과잉 시대
서울시가 지난 겨울 시즌에 사용한 제설제는 총 7만 3258톤에 달했습니다. 5년 전 같은 기간 사용량인 1만 462톤과 비교하면 약 7배에 이르는 수치입니다. 기후변화로 기습 폭설이 잦아지면서 제설 대응이 강화된 것이 주요 원인이지만, 그 규모가 이토록 빠르게 불어났다는 사실은 단순한 행정적 대응 이상의 문제를 시사합니다.
7만 3258톤
서울시의 최근 겨울 시즌 제설제 총 사용량 — 5년 전 대비 약 7배 증가
광주의 경우, 광주시와 5개 자치구가 3년간 구입한 제설제 약 1만 9705톤 가운데 친환경 제설제는 3048톤에 그쳤습니다. 전체의 15% 수준입니다. 나머지 85%는 소금이나 염화물계 제설제로 채워졌는데, 소금(염화나트륨)의 비중만 78%에 달했습니다. 이 숫자들은 전국 지자체의 현주소를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연평균 4,800건
고속도로에서 염화물계 제설제로 인해 발생하는 포트홀 건수 — 복구 비용만 연간 수백억 원
제설제는 분명히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생각보다 크고 넓습니다. 염화물이 도로 틈으로 스며들면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균열을 키우고, 교량과 터널의 철근 부식을 앞당깁니다. 고속도로에서만 매년 수천 건의 포트홀이 제설제 탓에 발생하고, 그 복구 비용은 전부 세금으로 충당됩니다. 값싸게 뿌린 제설제의 청구서가 수백억 원짜리로 돌아오는 구조입니다.
'친환경 제설제'라는 이름의 역설
정부와 지자체는 친환경 제설제 사용을 권고합니다. 하지만 이 권고가 얼마나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에 유통되는 친환경 인증 제설제 가운데 상당수는 염화물 함량이 90%를 넘습니다. 부식 방지제 성분의 비율은 고작 3%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상 일반 염화물계 제설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제품이 친환경 마크를 달고 팔리는 셈입니다.
가격 문제도 결정적입니다. 친환경 제설제의 구매 단가는 톤당 40만~50만 원대입니다. 반면 소금은 10만 원대, 염화물계 제설제는 20만~30만 원대에 불과합니다. 지자체 입장에서 2배에서 5배에 달하는 가격 차이는 예산 집행에 있어서 현실적인 장벽이 됩니다. 결국 친환경 제설제 도입 권고는 지자체의 재정 여건과 충돌하면서 선언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로수는 침묵으로 항의한다 — 생태계와 인프라에 남긴 흔적
제설제가 가장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대상 중 하나는 도로변 가로수입니다. 염화물은 토양에 흡수된 뒤 식물이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는 과정을 방해합니다. 뿌리가 손상되고 잎이 타들어가며 결국 나무가 고사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아 주목받지 못하지만, 매 겨울이 지날 때마다 도시 가로수는 조금씩 약해집니다.
토양 오염은 가로수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녹은 눈과 함께 흘러내린 제설제 성분은 하수도를 통해 하천으로 유입되고, 수질 오염으로 이어집니다. 도로변 텃밭이나 농경지가 인접한 지역에서는 농작물 피해로 직결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제설제로 인한 농작물 피해에 대해 도로관리청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례를 남긴 바 있습니다. 환경 피해가 법적 분쟁으로까지 비화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례입니다.
차량 피해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염화칼슘은 차량 하부와 용접 부위에 달라붙어 부식을 가속화합니다. 자동차 정비 업계에서는 겨울 시즌 이후 하부 세차와 방청 처리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지만, 이 비용 역시 결국 시민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몫입니다.
대안은 있다 — 기술과 제도의 교차점에서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요.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미 변화의 실마리를 찾고 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구의원 주도로 남가좌동·북가좌동 일대 급경사지에 도로열선 설치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도로 아래에 열선을 깔아 눈 자체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제설제 사용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충북 영동군은 광물 성분인 일라이트를 첨가한 제설제를 도입해 염화물 의존도를 낮추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고양시는 스마트 센서를 활용해 도로 결빙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필요한 구역에만 선택적으로 제설제를 투입하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공모전을 통해 제설 신기술을 발굴하며 이 흐름에 합류했습니다.
- 도로열선 — 결빙 구간에 열선을 매설해 제설제 없이 노면을 관리
- 스마트 센서 살포 시스템 — 결빙 위험 감지 후 필요 구역에만 최소량 투입
- 일라이트 첨가 제설제 — 광물 성분으로 염화물 비율을 낮춘 복합 제설제
- 친환경 제설제 인증 기준 강화 — 염화물 함량 상한선 설정 및 투명한 성분 공개 의무화
그러나 기술 도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눈이 거의 내리지 않은 날에도 제설제를 과도하게 미리 뿌리는 이른바 '염화칼슘 행정'은 여전히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쏟아붓듯 뿌린 제설제가 남긴 흰 잔류물이 길 위에 가득한 장면은, 효과적인 제설보다 보여주기식 대응에 가까운 행정의 단면을 드러냅니다. 제설제를 얼마나, 어느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써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빙판길은 분명히 위험합니다. 제설 작업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한정 뿌리고 나중에 더 많은 예산으로 수습하는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한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안전을 지키면서도 도시 생태계와 인프라를 함께 보호하는 제설 체계를 만드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습니다.